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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알려주마


출처 : 딴지일보 - 블루칼라님 기사

[기사] 맥주를 알려주마 (1)


2011. 8. 11. 목요일

블루칼라

 

 

여름이다. 아열대 우기라도 된 듯 계속 비가 와서 7월 한 달은 햇볕 보기 힘들었지만 이제부턴 이 악물고 폭염이랑 싸워야겠지.

 

덥고 짜증나는 여름에 딴지스가 제일 즐겨먹는 음료는 무엇인가? 당연히 맥주다! 여름엔 닥치고 맥주다.

 

그런데 국산 맥주는 세계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로 악명이 자자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을 거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맥주가 너무 맛이 없어서 술을 끊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지. 그나마 요즘엔 대형마트에서 몇몇 수입 맥주를 구입할 수 있지만 그 전엔 차라리 맥주를 끊고 말지 한국산 맥주는 먹기 싫다는 외국인들이 많았어.

 

서글픈 얘기지만 국산 맥주는 무시를 당해도 싸. 국산 맥주는 보리를 적신 물에 탄산만 섞어서 판다는 말이 크게 틀린 말이 아니거든. 심지어 말오줌에 탄산을 섞어 마시는 것보다 못하다는 얘기까지 있을 정도야.

 


 

위에 첨부한 사진은 외국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맥주에 대한 평가야. 세계 최악의 맥주이며 말오줌보다 조금 나은 정도라는 평가가 보이지? 그런데 거기 달린 댓글을 보면 자기가 말오줌을 먹어봤는데 그게 한국 맥주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있어. (못 믿겠으면 이쪽 링크를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내가 국산품 애용에 목숨거는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대놓고 국산 맥주를 욕하는 것도 썩 맘이 편친 않아. 하지만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나면 왜 우리가 국산 맥주를 보이콧해야 하는지 알게 될 테니 끝까지 읽어바바.

 

수입 맥주를 먹어봐도 국산 맥주와 별로 차이를 모르겠다는 횽들도 있을 거야. 그런데 그건 국내 맥주 회사들이 광고를 통해 부추긴 잘못된 방법으로 맥주를 마시기 때문이야. 예전에 어떤 횽이 [말오줌만도 못한 한국 맥주]라는 글을 온라인에 쓴 적이 있는데 거기 보면 맥주 회사가 소비자들한테 세뇌시킨 잘못된 음주법을 이렇게 지적하고 있지.

 

1. 차갑게

2. 톡 쏘는 맛으로

3. 원 샷!

 

이 세 가지 방법은 사실 OB와 하이트가 자기들이 만든 맛없는 맥주를 소비자들이 불평없이 마시도록 꼼수를 부린 거야. 맥주가 얼음처럼 차가우면 목넘김은 좋아지지만 맛과 향은 느끼지 못해. 맛과 향이란 게 아예 없다시피한 국산 맥주는 그렇게 얼음처럼 차갑게 마셔야 그 조악한 품질이 드러나지 않거든.

 

덕분에 맥주는 그냥 차가운 맛에 먹는 갈증해소음료라는 잘못된 인식이 널리 퍼져 버렸지. 지금껏 우리나라 사람들은 맛과 향이 없는 조낸 맛없는 맥주를 처묵처묵 해왔던 거야.

 

그런 국내 맥주 회사들의 사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오늘은 맥주에 대해서 함 배워보자. 주당들이라면 술에 대한 배움은 끝이 없는 법. 씨바, 와인만 공부하면서 마시란 법 있어? 이제부터 내가 횽들한테 진짜 맛있는 맥주를 싸게, 제대로 먹는 법을 알려주꾸마.

 

맥주의 역사는 기원 전 4200년 경 고대 바벨로니아 문명에서....., 어쩌고 하는 골치아픈 얘기는 빼자. 그런 건 친구들끼리 잘난 척 할 때나 써먹는 얘기지 여자들 꼬실 때 맥주 역사 떠들고 있으면 자매님들 지루해 하셔.

 

, 그럼 먼저 맥주란 어떤 술이냐? 딴 거 엄따. 보리와 홉에 물을 넣고 발효시킨 술, 이게 맥주야. 발효시킬 때 사용하는 효모까지 재료로 친다면 보리, , , 효모, 이 네 가지만으로도 최고의 맥주를 만들 수 있어. 다른 재료를 사용해서 만드는 맥주도 많지만 맥주의 기본은 이 네 가지 재료지.

 

맥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인 독일에선 맥주순수령(麥酒純粹令)이라고 해서 이 네 가지 재료 외에는 맥주를 만들 때 다른 어떤 재료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해놨어. 16세기 독일 왕실에서 맥주 품질의 향상을 위해 제정한 이 맥주순수령은 현재까지 지켜지고 있지. (한 가지 예외가 되는 재료가 있는데 그건 나중에 설명할게)

 

왜 재료까지 따져가면서 맥주를 마셔야 되냐고? 국산 맥주가 맛없는 이유의 절반은 이 재료 탓이기 때문이야. 머리 아프겠지만 먼저 맥주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좀 살펴보자.

 

맥주에 사용되는 보리를 맥아라고 하는데 이건 싹을 틔운 보리를 말하는 거야. 우리가 흔히 식용으로 먹는 보리는 여섯줄보리인데 이건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서 술을 만드는 용도로는 좋지 않아. 그래서 맥주를 만들 땐 단백질 함유량이 낮고 전분이 많은 두줄보리를 사용하지.

 


 

왼쪽이 여섯줄보리, 오른쪽이 두줄보리

 

(hop)은 뽕나무과의 키 작은 넝쿨식물인데 맥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야. 맥주를 만들 땐 이 홉이란 식물의 꽃을 따서 사용하지. 홉은 맥주의 향만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잡균 번식이나 부패를 막아주는 착한 놈이야.

 


 

맥주의 재료로 사용되는 홉의 꽃방울

 

사실 똑같은 보리와 홉을 사용해도 어떤 물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맥주맛도 변하기 마련이야. 맥주 양조에는 무색무취에 맑고 깨끗한, 그러면서도 칼슘 같은 무기염류가 적당히 포함된 물이 좋대.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어떤 물이든 양조에 적합한 물로 만들 수 있다지만 그래도 지역에 따라 다른 물맛은 결국 맥주맛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게 정설이야.

 

그리고 효모는 맥주의 발효를 책임지는 미생물이야. 맥아를 갈아서 물에 넣고 끓이면 당분이 발생하는데 효모는 이 당분을 분해해서 알콜과 탄산 가스를 만드는 역할을 해. 효모도 종류가 다양한데 맥주의 끝맛이나 향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독일에선 맥주순수령이라고 해서 맥주를 만들 때 보리, , , 효모 외엔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지? 그럼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선 맥아를 10% 이상만 사용하면 맥주라고 이름 붙여서 팔 수가 있어. 1999년까지는 그래도 맥아 비율이 67.7%를 넘겨야 맥주라고 판매할 수 있었는데 2000년부터는 그 수치를 10%까지 낮춘 거지. 맥주(麥酒)라는 이름이 보리로 만든 술이라는 뜻인데 순도 10% 맥주라니. 보리 대신 값싼 타피오카 같은 걸로 술을 만들어도 맥주라고 팔아먹을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걸 외국인들이 알면 진짜 국격 떨어지지 않겠어? (타피오카는 인공감미료 덩어리인 희석식 소주를 만드는 주재료이기도 해)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식료품엔 그 안에 뭐가 들어갔는지 표기하도록 되어있는데 거기서 예외인 제품이 딱 한 가지 있어. 바로 술이야. 술에서 거두는 막대한 세금을 위해서 정부는 국산 소주와 맥주에 뭘 넣었는지 표시할 필요가 없다고 특혜를 주고 있단 말이야.

 

만약 좋은 재료를 썼으면 밝히지 말라고 해도 광고로 떠들고 맥주병에 써붙였겠지만 국내 주류 회사들은 자신들이 파는 술의 재료를 제대로 다 공개하지 않고 있어. 그런데 재료를 밝히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재료를 쓴다는 거잖아?

 

싸구려 재료로 맥주를 만들다 보니 맛과 향이 좋은 맥주를 만들 수 있을 턱이 없지. 실제로 국산 맥주는 맥주순수령에서 한참 벗어나 각종 첨가물로 맥주의 맛과 향을 내고 있는데 정부에선 술에 뭘 첨가했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면책특권(?)을 제공하고 있는 거야. 한때 술에 들어가는 첨가물도 밝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요구가 있었지만 결국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 했지.

 

국내법상 맥아 비율 10% 이상이면 맥주로 유통해도 된다고 해서 국산 맥주가 다 그렇게 보리에 살짝 적신 물로 만드는 건 아냐. 하이트 맥스(MAX) 같은 건 100% 보리 맥주라고 광고하고 있거든.

 

그런데 맥아의 함량만으로 맥주맛이 좋아지는 건 아니잖겠어? 국내에 맥주를 만드는 회사라고는 OB와 하이트 둘뿐인데 이 두 회사는 공통적으로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 방식으로 맥주를 생산하고 있어. 하이 그래비티 방식이 뭐냐면, 인위적으로 발효를 촉진시켜서 알콜 도수를 9% 안팎까지 높인 다음 탄산이 섞인 물을 왕창 섞어 알콜 도수 5% 정도로 희석해서 파는 거야.

 

OB와 하이트에선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어도 오리지날 그래비티(자연적인 양조 방법)와 품질 차이가 없다고 말하지만, 씨바 김치찌개만 끓여봐도 알잖아. 김치찌개에 재료 대충 넣고 조낸 짜게 졸인 다음 먹기 전에 왕창 물 부어서 양만 두 배로 만들면 맛있겠냐? 세계에서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회사들 중에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 만드는 회사 없거든?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하이 그래비티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다가 도저히 오리지널 그래피트로 만든 맥주의 맛과 향을 따를 수 없어서 그 짓을 그만뒀다고. OB나 하이트 양쪽 모두 형편없는 재료로, 그것도 싸게 분량을 두 배로 늘려 팔아먹는 꼼수나 부리면서 그걸 가지고 맥주맛에 차이가 없다고 구라치면 안 되잖아.

 

그 따위로 만드니까 외국인들이 국산 맥주를 말오줌보다도 맛없다고 비웃는 거야. 우리나라 제품 중에 북한산보다 질이 떨어지는 게 거의 없는데 맥주만큼은 OB나 하이트보다 북한산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을 정도지. 북한은 김정일이 술을 좋아해서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주체사상을 버렸거든. (줏대없는 색퀴들)

 

덕분에 북한은 2000년 영국의 어셔 양조장 설비를 통째로 들여오면서 영국 기술자의 기술지도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어. OB나 하이트가 만드는 물 탄 맥주보다 훨씬 맛있는 맥주를 말이야.

 


북조선 인민들을 감동시킨 대동강 맥주

 

대동강 맥주는 국내에도 한창 수입되다가 최근 남북 교류가 중단되면서 일시적으로 수입이 막혀있는데 기회되면 한 번 먹어봐. 우리나라 국격은 OB랑 하이트가 다 떨어뜨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맥주 맛이 없어서 북으로 넘어가겠다거나 빨갱이로 전향하는 국민이 나오기 전에 국정원에서 OB나 하이트에 공문이라도 띄우란 말이야, ? 그 놈의 국격 따지기 좋아하는 가카께서 왜 이런 건 손보지 않으시나 몰라.

 

북한이 아니더라도 우리보다 경제적으론 많이 뒤처지는 동남아 국가들의 맥주도 우리나라 맥주보다는 훨씬 맛있어. 독투에서 욕쟁이로 유명한 모 딴지스가 추천한 비어라오(Beerlao)라는 맥주는 라오스 제품인데 타임지가 아시아의 최고 제품 35가지를 선정하는 Best in Asia에서 맥주 부문 최고로 꼽혔을 정도야. 필리핀에서 만드는 산미구엘(San Miguel) 맥주도 기막히지.

 

그런데 외국산 맥주를 마셔봤지만 국산 맥주랑 차이를 모르겠다고? 물론 미각이나 후각이 둔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대부분 그건 마시는 방법이 잘못됐기 때문이야. 제대로 맥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선 다음 편에 설명할 테니까 일단 맥주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엔 대형 마트에서도 수입 맥주를 구입할 수 있지? 전세계적으로 15000종류 이상의 맥주가 판매되고 있고 독일은 양조장 숫자만 3천 군데가 넘는데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수입 맥주는 아주 제한적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뭘 골라야할지 망설여지는 횽들이 있을 거야. 그런 횽들을 위해 맥주병이나 캔에 적힌 이름만 봐도 대충 맛을 짐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게.

 

흔히 맥주를 생맥주와 병맥주로 구분하는데 그건 열처리 방식에 따른 거야. 생맥주는 열처리를 하지 않아서 효모가 살아있지만 병맥주는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해 효모를 살균처리한다음 유통하는 거야. 똑같은 브랜드의 맥주라면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 쪽이 더 맛있지.

 

맥주를 분류하는 또다른 기준은 발효 방식에 따른 것인데 상면발효(上面醱酵) 맥주와 하면발효(下面醱酵) 맥주로 나눌 수 있어.

 

상면발효는 20도 안팎의 온도에서 발효를 진행시키는데 이렇게 되면 효모가 맥아즙 위로 떠오른 채 발효가 되기 때문에 상면발효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는 탄산이 적고 색이 진하며 과일향이나 꽃향기가 나는 게 특징이야. 이런 상면발효 맥주를 에일(Ale)이라고 하지.

 

하면발효는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발효를 진행시키는데 효모가 아래로 가라앉은 채 발효가 되기 때문에 하면발효라고 하는 거야. 이렇게 만든 맥주는 향이 적은 대신에 맑은 황금색을 띠고 탄산이 많아서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톡쏘는 맛이 되지. 이런 하면발효 맥주를 라거(Larger)라고 해.

 

*OB에서 아예 라거라고 이름 붙인 맥주가 나오기도 했지만 사실 그건 하면발효로 만들어진 맥주 전체를 부르는 이름일 뿐이야.

 

에일과 라거는 각각 또 여러 가지 맥주로 나눠지지만 여기선 대표적인 맥주 종류에 대해서만 얘기해 볼게. 에일 맥주로 분류되는 것들 중에선 스타우트(Stout)와 바이스(Weiss) 맥주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어.

 

먼저 스타우트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를 볶아서 만드는 맥주야. 맥아를 볶았기 때문에 색이 진하고 구수하거나 씁쓸한 맛이 나지. 흔히 흑맥주라고 부르는 맥주가 바로 이 스타우트인데 영국이나 아일랜드쪽 스타우트가 유명해. 대표적인 스타우트 맥주는 역시 기네스! 세계의 온갖 최고 기록을 모아둔 기네스북을 만드는 회사가 바로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사야.

 

그리고 "밀맥주는 특유의 희끄무레한 색을 띠는데 그래서 바이스(weiss=흰색)라고 이름 붙인 거야. 아예 '밀'이란 단어를 써서 바이젠(weizen=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영어권에선 휘트 비어(wheat beer)라고도 해." 지역에 따라 바이젠(Weizen)이라고도 하고 영어권에선 휘트비어(Wheat Beer)라고도 해. 밀은 보리만큼이나 오래된 맥주의 재료인데 밀로 만든 맥주는 감칠맛과 과일과 같은 향기가 나는 게 특징이야. 하지만 양조 과정이 어렵고 끈적거림이 있어서 단독으론 사용하지 못 하고 보리와 섞어서 맥주를 만들지.

 

그런데 맥주순수령이라고 해서 독일에선 보리, , , 효모 외에는 다른 재료를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독일산 맥주 중에 밀을 사용한 바이스비어가 나올 수 있을까? 이건 재미있는 역사 얘기니까 맥주 마시면서 자매님들 꼬실 때 사용하라고 짤막하게 설명을 좀 할게.

 

사실 맥주순수령이라는 게 맥주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만은 아니었어. 16세기 무렵의 독일에선 대개 백성들이 보리로만 만든 맥주를 마시고 귀족들은 밀맥주를 즐겨마셨을 정도로 밀맥주는 맛이 좋은 맥주거든. 그런데 맥주의 주재료가 되는 보리는 왕실이 독점적으로 재배권을 움켜쥐고 있었어. 왕실 입장에선 백성들이 보리를 많이 재배할수록 세금을 많이 거둘 수 있으니까 보리 말고 다른 곡식으로는 맥주를 만들지 못하도록 금지할 필요가 있었던 거야.

 

그당시 독일에선 빨리 취하게 만들기 위해서 독초를 넣는 양조업자도 있었다지만 맥주순수령이 제정된 밑바탕엔 백성들을 더 많이 착취하려는 왕실의 탐욕이 깔려있었던 게 사실이야. 1567년 독일 왕실이 밀맥주 제조를 금지할 때 백성들에게 내건 명분은 밀맥주는 영양분이 없어서 마셔도 힘이 나지 않는 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였지. 거의 가카 수준의 변명이랄까.

 

그런데 그런 거짓말로 밀맥주 제조를 막기엔 밀맥주의 맛이 너무 기막혔거든. 그래서 15세기부터 밀맥주를 만들어온 데켄베르크(Degenberg) 가문 만큼은 맥주순수령과 상관없이 밀맥주를 계속 만들 수 있도록 예외가 인정됐지. 그리고 1602, 데켄베르크 가문의 대가 끊기자 밀맥주 양조권은 바바리아 왕실 소유가 됐어. 그래서 바바리아 지역(바이에른, 뮌헨)에선 맥주순수령을 벗어나 꾸준히 밀맥주를 만들 수 있었던 거야.

 

하여간 이런 밀맥주에도 효모를 걸러낸 클리어 바이스와 효모를 걸러내지 않은 헤페바이스 두 종류가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엔 헤페바이스 계열이 잘 맞는 것 같아.

 

독일어로 헤페는 효모라는 뜻이니까 헤페바이스는 효모가 남아있는 밀맥주라고 해석하면 돼. 물론 생맥주가 아닌 경우 헤페바이스에 남아있는 효모는 죽어있는 상태로 가라앉아있는 셈이지만 그래도 그게 꽤 맛이 있거든. 헤페바이스 맥주로 유명한 건 호가든이나 에딩어, 바이엔슈테판 맥주가 있지. 참고로 호가든은 얼마 전부터 OB에서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맛이 옛날 같지 않아. -.-

 

그 다음, 라거.

 

라거 중에서 제일 유명한 건 아메리칸 라거인데 말 그대로 미국식 맥주라고 할 수 있어. 대량 생산을 위해 발효시간도 짧게 줄이는 등 맛과 향을 희생해 만든 맥주지.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깊이가 없다고나 할까.

 

맥주의 본고장 유럽인들은 이런 아메리칸 라거를 맥주도 아니라고 폄하하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맥주이기도 해. 밀러, 버드 와이저, 코로나 같은 것들이 아메리칸 라거의 대표 주자들이고 국산 맥주도 대부분 이쪽 계열이지.

 

흔히 맥주의 맛을 평가할 때 진하고 묵직한 맛을 바디감이 있다고 하는데 라거 계열엔 이런 바디감이 별로 없어. 개인적으론 나도 바디감이 있는 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메리칸 라거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

 

사실 맥주 마니아들이나 외국인들이 한국산 맥주를 싫어하는 이유도 대개는 바디감이나 향기가 없고 깔끔하기만한 아메리칸 라거 계열의 맥주를 싫어하기 때문이야.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거의 다 아메리칸 라거 계열들이고 그마저도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물타기를 해서 팔고 있으니 제대로 만든 맥주를 먹어본 사람들 입맛엔 불만스러울 수밖에.

 

페일(Pale) 라거는 아메리칸 라거보다는 좀 더 쌉쌀한 맛이 살아있고 연한 황금색인데 유럽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유러피안 페일 라거라고 해. 이쪽으로는 하이네켄이 제일 유명하지.

 

필스너(Pilsener, Pils)는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라거 맥주야. 아주 밝고 투명하지. 맥주에 있어서만큼은 체코도 독일 못지않을 정도로 유명한데 이 필스너 양조법이 여러 나라로 확산되면서 아메리칸 라거와 페일 라거에 영향을 미친 거야. 유명한 맥주로는 필스너 우르켈, 벡스 등을 꼽을 수 있을 듯.

 

둥켈(Dunkel, Dunkles)은 라거 계열의 흑맥주야. 맥아를 볶아서 사용한다는 건 스타우트와 같지만 라거 특유의 하면발효 때문에 맛과 향에 차이가 있어. 벡스에서 나온 다크 제품이 유명하지. (맥주 이름에 다크나 브라운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대부분 맥아를 볶은 흑맥주 계열이라고 보면 돼)

 

(Bock)은 재료를 더 많이 넣고 오랫동안 발효시켜서 알콜 도수가 높고 맛이 강한 맥주야. 독일에서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한 용도로 만든 독한 맥주지. 일반적인 맥주의 알콜 도수가 5% 안팎인데 복은 제조사에 따라 알콜 도수가 11%가 넘는 경우도 있어. (보통 복 맥주는 7~8도 정도)

 

드라이(Dry) 맥주는 일본에서 개발한 건데 쌀이나 옥수수 당분을 넣어서 발효 과정에서 찌꺼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든 맥주야. 단맛이 적고 뒤끝이 깨끗하지.

 

얘기가 길어지다보니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편엔 왜 국내에서 맥주가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유통되는지, 그 와중에 찾을 수 있는 맛있고 값싼 맥주는 없는지, 어떻게 맥주를 마셔야 맥주의 제맛을 즐길 수 있는지 등등 실전 지식을 알려줄게.

[가이드] 맥주를 알려주마 (2)


 


2011. 8. 18. 목요일

블루칼라

 

지난 번에 맥주의 종류까지 설명하다 말았지? 내가 언급한 것들 말고도 맥주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내가 설명한 것들에서 파생된 맥주라고 볼 수 있어. 대형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어지간한 맥주들은 내가 다 설명한 거니까 맥주병에 적힌 단어들 보고 쫄지 말고 눈치껏 어떤 맛이 나는 맥주일지 짐작해 보라고.

 

캬~ 시원하다!


문제는 가격인데, 수입 맥주들은 국산 맥주보다 2~3배 정도 비싸기 때문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 게 사실이야. 이건 세금 때문인데 현재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은 관세, 주세, 부가가치세, 교육세 등등을 포함해 수입 원가의 176%나 돼. 수입원가가 천 원이면 거기에 1760원이나 세금이 붙는단 말이야.

 

거기다가 수입사 마진과 소매점 마진을 더하면 소비자들은 현지에서 천 원에 마실 수 있는 맥주를 3500원 이상 주고 마셔야 한다고. 유럽연합과 FTA가 체결됐다고 해도 관세만 7년에 걸쳐서 단계적으로 낮아질 뿐, 주세나 다른 세금은 그대로 적용될 테니 수입 맥주 가격이 왕창 저렴해질 일은 없을 거야.

 

주류에만 붙는 세금을 주세라고 하는데 위스키나 브랜디 같은 증류주엔 72%의 높은 주세가 붙어. 대신 발효주는 상대적으로 주세가 낮은 편인데 막걸리는 5%, 청주나 와인은 30%의 주세가 붙지. 그런데 맥주는 발효주에 속하는데도 증류주에 해당되는 72%의 주세가 붙고 있는 게 문제야. 값비싼 와인에도 고작 30%의 주세가 붙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서민들이 마시는 술인 소주와 맥주에 높은 세금을 때리는 이유는 뻔하잖아. 한마디로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손쉽게 삥을 뜯고 있는 거야. 그나마도 노무현 정부 때 90%에 달하던 맥주 주세를 72%까지 낮춘 거라고.

 

우리보다 소득이 훨씬 높은 일본도 맥주에 붙는 세금은 고작 40%인데 우리나라는 저항이 별로 없는 간접세라는 이유로 서민들이 먹는 맥주에 엄청난 세금을 때리고 있는 거야. 그 와중에 맥주 회사는 싸구려 재료로 맥주를 만들어 이윤을 챙기고 있고 덕분에 한국산 맥주는 세계적으로 가장 맛없고 경쟁력 없는 맥주가 되어 버렸지.

 

값싸고 맛도 없다니 아이고 신난다~

 

우리 정부의 대기업 사랑은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세금 걷기 편리한 주류 회사들에겐 각별한 애정을 쏟고 있어. 유난히 술을 좋아하는 한국 주당들 덕분에 정부가 주류 회사에서 뜯어낼 수 있는 세금이 어마어마하니까 말이야.(2007년 기준 맥주 회사들이 국세청에 낸 세금은 13630억 원)

 

맥아 함량이 10%만 넘어도 맥주로 팔 수 있게 해준다거나 어떤 인공첨가물이 들어갔는지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는 정부가 주류 회사에 제공하는 혜택 중 미미한 것들이야. 진짜 황당한 혜택은 따로 있지.

 

어느날 우리 가운데 누군가 씨바, 우리가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어 팔면 대박 나지 않겠냐?’라고 의기투합했다고 치자. 자본금도 많지 않으니 처음엔 일 년에 10만 병 정도를 생산할 수 있는 소규모 양조 회사로 출발하는 거야. 물 타기 공법으로 맥주 아닌 맥주나 만들고 있는 국내 시장에 작은 돌풍 정도는 몰고 올 수 있을 거 같지?

 

결과적으로 말해서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맥주 시장에 새로운 경쟁 업체가 들어오는 것 자체를 정부가 막고 있거든. 국내법상 맥주 양조사업에 진출하려면 500cc 기준으로 연간 350만 병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해야 사업 허가를 내줄 수 있게 돼있어. 더구나 그 정도 분량의 술을 판매하려면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춰야 하니까 중소 기업은 그 판에 끼어들 수조차 없단 말이야. 독일처럼 소규모 양조 회사 수백 개가 지역 사회에 소량으로 자신들만의 맥주를 유통하는 건 법적으로 아예 불가능하단 말이지.

 

정부 입장에선 OB랑 하이트 두 회사만 휘어잡고 있으면 손쉽게 세금이 쑥쑥 걷히는데 뭐하러 귀찮게 수백 군데 소규모 양조장을 허가해 주겠어? 세금 추적도 힘들고 귀찮잖아. 수입 맥주에 죽어라 세금 때리면 대다수 국민들을 비싸서 자주 접하지도 못할 테고 OB랑 하이트는 그 덕에 현재 국내 맥주시장의 98%를 싹쓸이하면서 대충 싸구려 재료로 맛없는 맥주를 만들어 팔아도 독과점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거야. 우리가 맛있는 맥주를 먹을 권리 따위는 정부와 독과점 맥주 회사들의 결탁으로 인해 개무시 당하고 있단 말씀.

 

그럼 요즘 하나씩 늘고 있는 하우스 맥주집(정확한 명칭은 마이크로 브루이어)은 뭐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거야. 유럽까지 유학을 가서 맥주 양조법을 배워온 브라우마이스터(Braumeister. 맥주 제조 기술자)가 직접 맥주를 만들어서 파는 곳을 하우스 맥주집이라고 하는데 정부에선 아주 소량으로 맥주를 만들어 파는 건 허가해 주고 있어.

 

문제는 이런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경우는 그 맛을 인정받아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거야. 하우스 맥주집의 시설은 25킬로리터(KL) 이상의 제조 설비를 들여놓을 수 없도록 법으로 막아놓고 있거든. 그러니까 국내에서 맥주를 만들기 위해 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350만 병 이상 만들 수 있는 대기업이거나 아니면 동네에서 호프집이나 할 정도로 소량으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거야.

 

다행히 최근 들어 공정거래 위원회가 소주, 맥주의 제조 용량 기준을 완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소규모 맥주 제조자의 설비 확장 제한도 조만간 풀릴 거라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으니 두고 봐야지. 제주도 같은 경우는 지자체가 나서서 맥주 브랜드를 설립하려고 준비 중이야. 슬슬 OB랑 하이트도 똥줄이 타고 있을 거라고.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에 품질 나쁜 물건을 국산이란 이유만으로 사주는 건 애국이 아니란 거 알지? 소비자 알기를 개떡 같이 아는 기업의 제품은 불매 운동을 해서라도 정신 바짝 들게 해주는 게 소비자의 권리잖아. 오비랑 하이트는 기술이 없어서 맛있는 맥주를 못 만드는 게 아니야. 조금 신경써서 만드는 맥스 한정판 같은 건 나름대로 먹을만한 걸 보면 알 수 있거든.

 

그런 의미에서 오비와 하이트가 정신 차리게 하려면 좋은 재료로 맛있는 맥주 만들때까지 소비자들이 걔들 거 안 사먹고 수입 맥주를 마셔줘야 돼.

 

그런데 수입 맥주가 아무리 맛있어도 너무 비싸면 그림의 떡이잖아. 그러니까 난 그냥 싼맛에 OB나 하이트 마실래 라고 하는 횽들, 잠깐 웨이러미닛!

 

성경에도 쓰여있잖아.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내가 성경을 좋은 뜻으로 인용하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내가 그간 수많은 수입 맥주를 전전하며 찾아낸 값싸고 맛있는 진리의 맥주를 추천해주꾸마!

 

시중에 판매되는 수입 맥주들은 대부분 용량 대비 국산 맥주의 2~3배 가격이야. 연봉 수억 대 능력자 횽들이 아니라면 한여름에 매일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지. 하지만 의외로 값싼 수입 맥주 중에도 보물은 숨겨져 있다는 것!

 

맥주맛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횽들에게 내가 추천하는 건 밀맥주야. 국산 제품 중에선 (라이센스 생산되는 것 빼고) 밀맥주가 아예 나오지를 않으니까 국산 맥주만 먹어본 횽들에겐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거야. 처음 마셔보는 사람도 맛과 향에서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고 말이야.

 

방송이라면 대놓고 특정 브랜드 제품을 언급할 수 없겠지만 여긴 딴지잖아. 난 돈 받고 리뷰해주는 파워블로거도 아니니까 이 엉아말 믿고 메모해 둬.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진리의 맥주로 통하는 맥주를 알려줄게.

이름하여 웨팅어(OeTTINGER) 헤페바이스(Hefeweiß)!

 

 

 

요 녀석이 바로 가격대 성능비 끝판왕, 진리의 웨팅어 헤페바이스!

 

밀맥주 특유의 향이 살아있으면서 목넘김도 좋고 조금이긴 하지만 아메리칸 라거에선 느낄 수 없는 약간의 바디감도 갖고 있는 맥주야. 괴테가 사랑했던 맥주로 유명하지. 무엇보다 이 녀석을 추천하는 이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는 거야. 500cc 한 캔 가격이 1650! 동네 슈퍼에서 파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 하지만 맛과 향은 국산맥주와 비교불가!

 

웨팅어는 독일 맥주 회사인데 마케팅에 돈을 쏟지 않고 저렴한 가격에 합리적인 품질로 승부하는 회사야. 덕분에 독일 현지에선 노동자들이나 서민들이 마시는 저가 맥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독일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맥주 회사 중 하나지.

 

사실 웨팅어의 맛이 최고라고 할 순 없어. 비싼 맥주 중에는 웨팅어보다 맛있는 것들도 많아. 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웨팅어는 주()님의 축복이라고! 천원 대 맥주에선 진리!

 

웨팅어는 국내에 필스, 엑스포트, 슈퍼 포르테, 헤페바이스 4종류가 유통되고 있는데 여자 사람과 오붓하게 마시는 용도로도 헤페바이스가 쵝오야. 그러니까 캔 색깔이랑 글자 잘 확인하고 구입하도록!

 

그리고 또 하나 내가 추천하는 건 둥켈 계열의 맥주야. 흑맥주라고 부르는 것들이지. 흑맥주라고 하면 흔히 색깔 때문에 쓴 맛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진 않아. 가장 유명한 흑맥주인 기네스가 그런 쓴맛이라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데 쓰지 않고 구수하면서도 초콜릿이나 캬라멜 같은 단맛이 도는 흑맥주도 있거든.

 

만약 기네스 같은 흑맥주가 취향에 안 맞는다면 필리핀산 맥주인 산미구엘 다크(San Miguel Dark)나 레페 브라운(Leffe Brune)을 마셔봐. 웨팅어보다 가격은 좀 비싸지만 요즘 마트에서 자주하는 수입 맥주 세일 때 구입하면 한 병에 2천 원 정도에 팔기도 해.

 

그리고 와이프나 여친이랑 하루 날 잡아서 조금 비싸더라도 맛있는 맥주를 맛보여주고 싶다면 바이엔슈테판 맥주를 추천할게. 바이엔슈테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회사야. 1040년 수도사들이 빚은 맥주에서 시작됐으니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셈이지. 맥주 회사 기네스가 만드는 기네스북에 다른 맥주 회사가 세계 기록으로 올라와 있다는 것도 재밌잖아. 하여간 바이엔슈테판은 대량 생산되는 맥주 중에선 거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맥주야.

 

 


가격은 비싸지만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맥주 중에선 끝판왕급인 바이엔슈테판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바이엔슈테판은 몇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건 밀맥주이면서 동시에 흑맥주인 헤페바이스둥켈이야. (둥켈은 원래 라거 계열 흑맥주를 말하는 거지만 이 녀석은 상면발효를 이용한 에일 맥주임) 그렇게 쓰지도, 달지도 않으면서 오묘한 맛이 있지.

 

500cc 한 병에 5천 원 정도라서 비싸긴 하지만 사실 이 가격으로 와인을 산다면 제일 싸구려 와인밖에 못 사잖아. 그런데 그 돈으로 최상급 맥주를 마실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가끔 한 번씩 와이프랑 분위기 잡을 때 괜찮은 맥주라고 생각해. 물론 나랑 와이프는 한 번 마시면 둘이서 열 병 가까이 마시니까 이 비싼 맥주를 자주 사먹는 건 사치야.

 

맥주는 취하지 않고 배부르기만 하다고 생각하는 횽들은 바이엔슈테판에서 나오는 복(Bock) 맥주인 비투스(Vitus)를 마셔봐. 알콜 도수 7.7도인데 맥주도 취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럼 국산 맥주는 다 먹을만한 게 못 되느냐? 그나마 내가 추천하는 국산 맥주가 딱 하나 있어. 앞에서 잠깐 얘기했는데 하이트에서 일 년에 한 번씩 재료에 좀 신경써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맥주가 있거든. 맥스 한정판(Limited Edition)이라고 해서 해마다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지. 금년에도 맥스 스페셜홉(Special Hop)이라는 이름으로 얼마 전에 출시됐더라고.

 


 

국산 맥주 중에선 그나마 먹을만한 맥스 한정판(Limited Edition)

 

맥스 한정판은 세계 각지의 독특한 홉을 하나씩 선정해서 한 종류씩 매년 출시하는 건데 2011년 한정판은 개인적으로 향은 괜찮지만 탄산이 너무 강해서 맛은 별로더라고. 하지만 국산 맥주치고는 꽤 선방한 제품이니까 한 번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내가 처음 추천한 웨팅어 헤페바이스가 둘마트에서 1650원이라고 말해줬지? 176%의 엄청난 세금을 내야하는 수입맥주가 어떻게 국산 맥주와 같은 가격에 판매될 수 있을까? 계산해보면 웨팅어의 수입원가는 사백 원 안팎이라는 건데 유럽에서 한국까지 배로 운송하는 비용까지 생각하면 놀라운 가격이지.

 

실제로 독일 현지에서 웨팅어는 우리돈으로 400원 정도야. 독일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2배 이상 많으니까 체감적으로 따지면 독일인들은 200원 안팎에 그 맛있는 맥주를 먹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봐, 400원으로 그렇게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는데 관세나 운송비 부담도 없는 한국 맥주는 4~5배 더 비싼 가격으로도 왜 이렇게 허접한 맥주밖에 못 만드는 걸까?

 

못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드는 거야. 나쁜 재료를 써서 더 많은 마진을 남기는 데 익숙해져서 맥주의 품질은 뒷전이란 얘기라고. 그러니까 그런 회사들의 봉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확실히 버릇을 고쳐놓을 필요가 있단 말이야.

 

가격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가장 맛있는 맥주는 뭘까? 맥주 애호가라면 대부분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를 꼽지 않을까 싶어.

 

트라피스트 맥주는 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직접 만드는 맥주야. 중세 유럽에선 수도사들이 맥주를 양조해서 그걸 팔아 수도원 운영비를 벌었는데 그 전통대로 지금도 수도사들이 만들고 있는 맥주지. 앞에서 추천한 레페나 바이엔슈테판도 이런 수도원 맥주에서 출발한 양조 회사야.

 

하지만 아무 수도원 맥주나 트라피스트 맥주라고 불리진 않아. 반드시 수도원 안에서만 맥주를 생산해야 하고 맥주를 판매한 수익은 수도원 운영비와 자선 사업에만 사용되어야 하며 수도사의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서 생산되어야만 트라피스트 맥주란 이름을 붙일 수 있거든. 한마디로 장인의 손길로 한땀 한땀 정성들여 만든 맥주란 말이지.

 

옛날엔 이런 트라피스트 맥주의 종류도 많았는데 현재는 전 세계에 일곱 개의 트라피스트 수도원만 남아있을 뿐이야. 전쟁에 수도원이 무너지거나 일반 기업에 양조 비법을 팔아치우는 등 맥주 양조를 포기한 수도원들이 하나 둘 늘다보니 그런 엄격한 생산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도원은 거의 사라져버렸지. (일곱 개의 트라피스트 맥주에 대해선 링크 를 참조)

 

 


트라피스트 맥주에만 붙일 수 있는
Authentic Trappist Product 마크

 

나는 그런 트라피스트 중에서도 원조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마이(Chimay)를 마셔봤는데 지금까지 내가 마셔본 맥주 중에 제일 맛있는 맥주였어. 시마이는 다른 맥주와 달리 와인처럼 오래 숙성시킬수록 맛있는 맥주로 유명하지. 워낙 맛이 특이해서 기존의 맥주들과는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인데 내 입맛엔 아주 좋았어. 문제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서 맛보기 어렵다는 것.

 

트라피스트 맥주는 생산량이 워낙 적기 때문에 벨기에나 네덜란드 현지가 아니면 마시기 어려워. 나도 트라피스트 맥주 중에서 마셔본 건 시마이에서 나온 세 종류뿐이고 다른 것들은 먹어보지 못했거든. 그러니 일곱 군데의 트라피스티 맥주를 다 모을 수 있다면 드래곤 볼 일곱 개를 모은 느낌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비싸고 귀한 맥주가 아니더라도 앞에서 말한 하우스 맥주집에서 만든 독특한 맥주를 맛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야. 일반 생맥주집보다는 조금 비싼 술값이 부담되긴 하지만 술을 좋아하는 주당이라면 가게마다 특색있는 맥주맛을 즐기는 것도 재미있을 거야.

 

, 그럼 마지막으로 맥주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줄게.

 

앞에서 맥주를 너무 차갑게 마시면 맥주맛을 느낄 수 없다고 했는데 국산 맥주나 아메리칸 라거 계열의 맥주는 그렇게 차게 먹는 게 차라리 나아. 하지만 본고장 유럽의 맥주들, 특히 에일 맥주들은 너무 차게 먹지 않는 게 좋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는 여름이라고 해도 5~8도 정도야. 겨울엔 7~10도 정도가 좋지.

 

국산 맥주는 제조과정에서 인위적으로 탄산 가스를 주입하는데 마치 콜라를 마실 때처럼 톡 쏘는 청량감을 만들어내게 돼. 그런데 그건 맛이 없는 걸 탄산의 청량감으로 감추는 꼼수일 뿐이야. 그러니까 제대로 만든 맥주는 너무 차지 않게, 천천히 맛과 향을 즐기면서 마셔야 한단 말이야.

 

(국산 맥주를 제외한 제대로 만든) 맥주 마시는 법을 정리하자면,

 

1. 같은 상표의 맥주라면 병맥주보다는 캔맥주가 맛있어. 맥주는 소주와 달라서 햇빛에 노출될 경우 변질되기 쉬운데 캔맥주는 햇빛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거든. 거의 모든 병맥주가 짙고 어두운 색인 것도 햇빛 투과를 막기 위해서야. 그런 면에서 페트병은 최악의 맥주 용기라고 할 수 있지.

 

2. 냉장고에서 막 꺼낸 맥주는 5분 정도 실온에 놔둬서 차가움이 조금 가시기를 기다린 다음에 병을 따도록.

 

3. 귀찮더라도 병이나 캔째로 먹지 말고 꼭 잔에 따라서 마시도록 해. 병맥주를 잔 하나에 다 따를 수 있도록 (거품을 계산해) 540cc 용량 이상의 맥주잔을 구비해 놓으면 아주 좋아. 맥주회사들은 가끔씩 맥주에 전용잔을 포함해서 파는 이벤트를 벌이는데 그럴 때 잔은 득템하는 게 쵝오지.

 


트라피스트 맥주와 전용잔들. 수도원 맥주에 걸맞게 전용잔은 성배(?)처럼 생겼다.

 

4.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은 추천하고 싶지 않아. 용량이 작고 표면이 거칠어서 맥주를 따르는 동안 거품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하게 되거든. 맥주잔으로는 매끄러운 유리컵이 쵝오! 참고로 유리잔이라고 해도 제대로 닦아놓지 않거나 기름기가 남아있으면 맥주 거품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맛도 변하니까 잘 닦아서 물기 없이 말려서 사용하도록!

 

5. 맥주를 따를 때는 잔을 손으로 잡지 말고 테이블에 놓은 뒤 따르는 게 좋아. 처음엔 맥주병을 기울여서 기세 좋게 따르다가 어느 정도 맥주가 차오르면 거품이 올라오길 잠시 기다렸다가 거품을 밀어올린다는 느낌으로 조금씩 맥주를 따르는 거지. 살짝 맥주잔 위로 거품이 올라올 정도가 좋은데 이 때 맥주와 거품은 73의 비율이 되도록 따르는 거야. 맥주 거품은 맥주가 공기와 맞닿아 산화되는 걸 막아 향과 맛을 지켜주거든.

 


만화 [바텐더]에서 맥주를 따르는 법을 설명한 장면.

 

6. 맥주 종류에 따라서는 병이나 캔 밑바닥에 효모가 깔려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맥주들은 병이나 캔에 적힌 방법대로 맥주를 따라야 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먼저 3/4 정도만 잔에 따른 다음 나머지 밑바닥에 깔린 맥주를 적당히 흔들어서 효모가 섞이게 한 다음 마저 잔에 따르는 거지.

 

 

 

 

 


 

잘 따른 맥주를 마시고 나면 맥주잔에 천사의 고리(Angel Ring)라는 거품 고리가 남는다.

 

7. 마시기 전에 살짝 향을 음미해봐. 음식의 맛이라는 건 후각과 결합될 때 훨씬 맛을 내기 마련이니까.

 

내가 앞에서 추천한 밀맥주 종류들은 모두 병이나 캔 밑바닥에 맛있는 효모가 깔려있어. 그런 맥주들을 잔에 따르지 않고 직접 병에 입을 대고 마시는 건 죄악이야.T.T 그러면 거품도 별로 없고 효모는 섞이지도 않은 맛없는 맥주를 먹게 되거든.

 

쓰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진 거 같은데 맥주 하나 마시는데 이런 걸 다 생각하고 먹어야 되나 싶은 횽들도 있을 거야. 씨바, 꼭 그런 횽들이 폭탄주 말아먹을 땐 눈금까지 그려가면서 함량 조절하더라?

 

내가 추천한 맥주들이 입맛에 맞지 않는 횽도 있겠지. 나야 에일 계열의 밀맥주를 좋아하니까 그쪽을 주로 추천했지만 아무래도 국산 맥주만 마셔왔던 사람들에겐 익숙치 않은 맛일 수 있거든. 내가 추천한 맥주가 입맛에 안 맞으면 자기가 좋아하는 맥주가 어떤 종류였는지 내 글에서 확인해봐. 에일 맥주 계열이 맘에 안 든다면 국산 맥주 맛으로 익숙한 라거 계열 중에서 필스너 종류의 맑은 맥주들을 찾아보면 취향에 맞을 거야.

 

아무튼 우리나라 국격을 떨어뜨리는 국산 맥주는 소비자의 힘으로 좀 바꿔보자고.

 

 

P.S 퇴근할 때 사 온 맥주가 미지근해서 바로 마시기 난감하다면? 그럴 땐 키친타월이나 손수건을 물로 적셔서 맥주병()에 두른 뒤 냉동실에 넣어두면 돼. 그럼 키친타월의 물기가 빠르게 차가워지면서 맥주까지 급속도로 냉각되지. 아니면 얼음물에 맥주를 담가둬도 좋지. 그렇게 10분이면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능.



지난 금요일, OB가 기습적으로 맥주 출고가를 7.48%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어. 평소 주(酒)님을 모시는 맥주 마니아(라고 쓰고 알콜 홀릭이라고 읽는다) 입장에서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지.


술은 일반 제품과 달라서 공장에서 출고할 때부터 여기저기 엄청 세금을 매기다보니까 가격을 인상하려면 미리 국세청과 사전 조율을 하기 마련이야. OB는 맥주의 원료가 되는 맥아(싹을 틔운 보리) 가격이 최근 2년 동안 45%나 급등했다면서 맥주 가격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국세청에 징징거렸지. 하지만 국세청이 물가 상승을 이유로 반대하니까 OB는 국세청 몰래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린 거야.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시일야방성대곡을 적는 심정으로 조낸 후다닥 키보드질을 해서 글을 하나 쎄웠는데 씨바, 이것들이 일요일 오후에 속보를 발표해서 가격 인상을 내년으로 미뤘다고 생색을 내지 뭐야? 휴일인데도 국세청에 불려가서 쪼인트 까인 거지. 연말 물가 잡느라 고심중이신 가카의 꼼꼼한 배려에 막 눈물이 날라카더라고.


근데 OB 이놈들은 가격 인상을 포기한 게 아니야. 단지 며칠 미뤘을 뿐이지. 이제 몇 주 지나 새해가 밝으면 OB는 가격 인상을 강행할 태세야. 그러니까 OB 맥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이 글은 현시점에 꼭 필요한 태클이라 이거지. 내가 지난 여름, 맥주에 대한 글을 딴지일보에 실은 후로 후속타를 쓸까 하다가 참고 있었는데 오늘은 제대로 한 번 작두칼로 썰어주꾸마.

앞서 말했지만 실제로 세계 곡물 시장에서 맥주의 원재료인 맥아 가격은 최근 급등세야. 원재료 가격도 오르고 물류비도 상승하고 다들 죽겠다고 난리치는 이 와중에 맥주 회사라고 가격인상을 하지 말란 법이 있냐고? 다른 놈들은 몰라도 OB, 니들은 그람 안 돼.

자료출처 : 위대하신 조선일보

참고로 최근 몇 년 동안 OB 맥주의 영업이익률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추세였고 2009년 영업이익률은 24.1%에 달할 정도야. 국내 상장 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5.8%라는 걸 감안할 때 OB는 다른 회사들보다 4배 이상의 높은 폭리를 취하고 있단 얘기지. (OB와 함께 국내 맥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트의 영업이익률 역시 17%가 넘음)

최근 2년 사이에 맥아 가격이 45%나 급등했다고 하지만 OB 맥주의 영업이익은 2008년 2263억원, 2009년 2514억원, 2010년 3000억원으로 계속 증가해왔어. 더구나 올해엔 매출이 늘어서 업계 1위인 하이트랑 시장점유율이 삐까삐까할 정도로 올라섰지.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서 또 가격을 올려? 더구나 말오줌에 탄산 섞은 것보다 맛이 없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란 악명을 떨치는 놈들이?

역시나 출처는 그 잘난 조선일보

OB 맥주가 맛이 없는 건 싸구려 재료를 쓰는데다가 하이 그래비티(High Gravity)라는 공법을 도입해 질보다 양을 불리는 방식으로 맥주를 만들기 때문이야. 내가 예전에 쓴 글에서도 밝혔지만 하이 그래비티는 맥주 제조 공정상 억지로 알콜 도수를 높인 뒤 나중에 왕창 물을 섞어서 양을 두 배로 늘리는 꼼수야.

맛있는 맥주로 유명한 외국 회사들 중에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맥주를 만드는 회사는 없어. 심지어 중국산 칭따오 맥주도 그런 식으로는 안 만든다고.

그런데 OB나 하이트는 모두 하이 그래비티 공법으로 물 탄 맥주를 만들고 있지. 더구나 제대로 된 재료를 쓰지 않으면서 어떤 인공첨가물로 맛을 내고 있는지 밝히지도 않고 있고 말이야.

High Gravity Brewing, 우리말로 '술에 물타기'

그렇게 형편없는 맥주를 만드는 OB가 자그마치 24%가 넘는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건 국내 맥주 시장이 OB, 하이트 두 회사의 독과점 상태기 때문이야.더구나 정부가 알아서 수입 맥주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때려가면서 측면 지원을 해주니 OB와 하이트 입장에선 겁날 게 없지.

출고가 7.48% 인상이면 술집에서 마시는 맥주 가격은 오백 원에서 비싸게는 천 원까지 오르게 될 거야. 벌써부터 술집 주인들 사이에선 얼마나 값을 올려야하는지 고민들이더라고. 씨바, 이제 식당에서 500cc 맥주 한 병에 오천 원이나 주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 왔단 말이야. 정말 월급 빼곤 다 오른다지만 니들 OB가 거기 숟가락 얹을 줄은 몰랐다.

확실히 해두자. OB는 98년에 이미 두산에서 해외 자본에 매각해 버렸고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다가 지금은 미국계 사모 펀드인 KKR(콜버그 크라비츠 로버츠)로 소유로 넘어갔어. 100% 외국 자본의 회사란 말이지. 그러니까 더 이상 OB는 '국산 맥주'가 아니란 얘기야.


이 KKR이란 회사는 공격적인 기업 인수로 유명한데 잘 알겠지만 이런 회사들은 절대로 손해볼 짓 안 해. 정부의 비호를 받으며 영업이익률 24%가 넘는 OB 정도의 회사니까 걔들이 꿀꺽 삼킨 거라고.

자, 그럼 이 시건방지고 국내 소비자를 호갱님(호구+고객)으로 보는 OB 맥주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당연히 보이콧이지.

이것들이 원래는 10%까지 출고가를 인상하려고 했는데 그나마 7.48%로 깎아줬다고 생색을 내는 모양인데 이번엔 진짜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주자고. 국산이라고 해서 질 나쁘고 값 비싼 제품을 사주는 게 애국인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야.

기술이나 자본이 없어서가 아니라 독과점으로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제품은 철저하게 소비자들이 쌩까줘야 한다 이거야. 요즘 같이 열받는 세상에 술 마시는 것까지도 스트레스 받게 만드는 놈들한텐 당연히 응징이 들어가야지.

지금 마트에서 판매되는 최고가 수입 맥주의 가격이 대략 500cc에 5,6천 원 정도야. 하지만 바이엔슈테판, 슈나이더 같은 세계 맥주 애호가의 극찬을 받고 있는 맥주들이 독일 현지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대략 우리나라 돈으로  1400~1500원 정도지. 독일 국민 소득이 우리보다 두 배 정도 높으니까 실질적인 체감 물가로 따지면 독일인들은 700원 정도에 최고급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거야.

그런데 이런 맥주들이 국내에 들어오면 180% 가까운 정부의 살인적인 세금 때문에 5~6천 원대의 비싼 가격이 되어 버리지. 서민들이 매일 한두 병씩 마시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가격이잖아. 그러니 OB 같이 물 탄 맥주를 만드는 놈들이 신나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거라고.

독일 현지에선 OB 맥주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바이엔슈테판 맥주 한 병 사서 먹어봐. 기왕이면 OB 라거 한 캔 따먹고 나서 맛을 비교해봐. 수입 냉동 대패 삼겹살 먹다가 최고급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먹는 것보다 더 큰 차이를 느끼게 될 걸. OB 이것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맥주를 만들면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지 직접 느껴보라고.

가격만 따지면 최고가 하이엔드 맥주지만 맛은 전 세계 최악인 OB. 이놈들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가격이 올랐어도 그래도 수입 맥주보다는 저렴하니까 울며 겨자먹기로 계속 처묵처묵해? 아니면 아예 술을 끊어?

그람 안 되지. 나도 네츄럴 본 투 알콜 홀릭인데 OB가 싫다고 술을 끊으란 얘긴 너무 잔인하다는 거 안다고.

지난 여름에 내가 국산 맥주 대용으로 먹을만한 싸고 맛있는 수입 맥주를 딱 집어 소개해줬지? 웨팅어 헤페바이스. 바이엔슈테판이나 파울라너, 듀벨 같은 맥주들에 비하면 두어 수 등급이 떨어지는 맥주지만 그래도 국산 맥주들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맥주였지.

당시 500cc 한 캔에 1650원이라는, 국산 맥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훨씬 맛이 있으니까 이 맥주를 추천했던 거였어. 그런데 이것들이 내 글이 기사로 나간 뒤에 매출이 조낸 늘었는지 가격을 올렸더라? 지금은 2290원으로 가격이 올라버렸는데 그래도 조만간 가격이 오를 OB 맥주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긴 해. 하지만 내가 처음 웨팅어를 추천했을 때보다는 가격대 성능비가 많이 떨어지긴 했지.

그럼 어쩔 수 없이 또 하나의 최종병기 그녀(?)를 소개해주꾸마. 이름하여 튀링어(Thuringer) 헤페바이젠(Hefe Weizen)


이게 둘마트나 집더하기 마트에선 안 팔고 껌마트에서만 파는데 500cc 한 캔에 1780원이야. 동네 슈퍼에서 파는 OB 맥주보다 더 싼 가격에 맛은 웨팅어랑 거의 동급이지.

실제로 튀링어는 웨팅어를 만드는 회사의 자매 브랜드야. 원래 동독 회사였는데 통일되면서 웨팅어가 인수한 거지. 내가 특정 회사를 밀어준다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지만, 씨바 알게 뭐야. 현재 천 원 대에 먹을 수 있는 가격대 성능비 최고의 맥주니까 거침없이 추천해 줄 뿐.

튀링어 프리미엄 비어(Thuringer Premium Bier)는 국산 맥주랑 별 차이를 못 느낄 수 있으니까 사진 기억해 뒀다고 꼭 밀맥주인 바이젠을 먹어보도록 해.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바이엔슈테판이나 슈나이더, 듀벨, 파울라너, 필스너 우르켈, 부드바 같은 좋은 맥주들도 한 번씩 먹어보길 권할게.


튀링어나 웨팅어보다 훨씬 더 맛있는 최고급 맥주들이 유럽 현지에선 국산 맥주보다 훨씬 저렴하게 판매된다는 사실에 분개하게 될 테니까.

요즘 마트에선 수입 맥주 할인 행사를 자주 하는데 지금도 집더하기, 둘마트, 껌마트에서 모두 행사중인 걸로 알아. 330ml 병맥주 기준으로 2,000~2,500 정도에 할인 행사들 많이 하고 있으니까 종류별로 하니씩 사먹으면서 OB나 하이트는 가볍게 쌩까주잔 말이야.

맥주는 소주에 말아먹는 폭탄주 용도 뿐이라고 생각하는 횽들에게 난 진짜 맥주의 맛은 그런 게 아니란 걸 알려주고 싶다고. 그러니까 OB나 하이트가 제대로 된 맥주를 싸게 판매할 때까진 철저하게 보이콧해야 해.

OB가 값을 올렸는데 하이트는 왜 못 올리는 줄 알아? 얼마 전 세무 조사를 받으면서 국세청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야. 겁나는 게 있으니까 함부로 가격을 못 올리는 거지. 그렇다면 진짜 겁을 내야할 대상은 소비자란 걸 알려주자 이거야.


내가 지난 여름에 쓴 맥주 기사에 약간 착오가 있었어. 그 전까진 정부가 OB와 하이트 두 회사를 비호해주기 위해서 새로운 신규 업체가 맥주 시장에 진입하는 걸 법적으로 막고 있는데 조금씩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고 썼지? 그런데 실제로 2010년에 신규 업체의 참여가 허가되도록 법규가 개정됐다고 해.

지금 제주도에선 지자체가 후원하는 맥주 회사가 설립돼서 시험 가동 중이야. 그것도 하면발효(라거) 맥주밖에 없던 국산 맥주 시장에서 최초로 상면발효(에일) 맥주를 만들고 있다는 거야.

아직은 시험 생산 단계고 출시 초기엔 물량이 적어서 제주도 이외의 지역에선 맛보기 힘들겠지만 이런 시도들이 계속돼야 OB나 하이트가 똥꼬 저리게 긴장탈 거 아니겠어? (제주도 맥주는 또 얼마나 가격을 높게 책정할지 걱정이지만 -.-)


참고로 OB를 보이콧하고 수입 맥주를 구입하려고 할 땐 주의할 점이 있어. OB 이것들이 지들 맥주 맛없는 건 제일 잘 아니까 자체적으로 수입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는 맥주들이 꽤 많거든.

OB 맥주 안 먹겠다고 하면서 멋모르고 OB가 수입하는 맥주를 사먹으면 오히려 그것들 배를 더 불려주는 셈이니까 그런 짓은 피해야지. 내가 OB가 수입하는 맥주들 이름도 알려줄 테니까 보이콧 리스트에 같이 넣어둬.

일단 OB라고 크게 써있진 않아도 카스카프리는 OB가 생산하는 맥주야.
그 외에도 버드와이저(Budweiser), 호가든(Hoegaaden), 벡스(Beck’s),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 레페(Leffe), 레벤브로이(L
?wenbr?u)는 OB가 수입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는 맥주들이지.


저것들 중에 내가 먹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건 벡스랑 레페 정도인데 그것들 아녀도 더 맛있는 맥주들 많아. 그러니까 OB가 정신차리가 전까진 저기 적어준 수입 맥주들도 철저히 쌩까주는 거야.

하여간 더 이상 OB와 하이트의 만행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잖겠어? 이 기회에 국내 맥주 회사들 제대로 정신차리게 소비자의 무서움을 보여주자고! 계속 호갱님 취급을 당할 건지, 싸고 맛있는 맥주를 먹을 권리를 찾을 건지, 결정은 횽들이 해.